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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치마.txt

by 感inmint 2015.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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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는 치마 입는 날이 한달에 꼽을까 말까 했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치마를 입는 일이 잦아졌다. 어느 정도 치마 입기에 적응을 했나 싶었는데...오늘 일이 터져버렸다. 수업하러 가려고 눈길을 걷다가 원래 길이 아닌 곳으로 들어 가게 되었다. 낮은 울타리가 있는 곳이 었는데 수업 시간 지키려고 다리를 쫙 벌려 넘어갔다. 그 동작과 동시에 들리는

"찌이익-"...

처음엔 뭔 소리인가 싶었다. 그러고 있다 1초-아니 2초가 지난 즈음에서야 알았다. 치마가 찢어졌단 사실을...무릎으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치마였는데, 그게 찢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 생각도 잠시였고 정말 수업을 위해 빙판 위의 펭귄처럼 눈길을 미끄러지듯이 달려가 수업을 했다.

오늘 마지막 수업이었던 아이는 어머...니가 출산을 하셔서 2주간 수업을 못 들어갔던 여자아이였다. 그러니까 오늘이 첫대면인..!? 그런 상황이었는데, 첫수업이라 그래서 그런지 생각대로 이 친구가 낯을 가렸다. 그래서 내가 뜬금없는 소리를 시작했다.

" 선생님이 아까 오다가 치마가 찢어졌어. 한 번 볼래?"

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뜯어진 치마 뒷부분을 보여주었다. 그걸 보고 아이가 키득키득 웃었다. 이걸로 분위기 좀 살리고 살리고 살려서 재밌게 수업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이 친구! 다리가 저렸는지 자기 주먹으로 다리를 때리더란..ㅋ 그래서 다리 저리냐고 물어봤더니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선생님한테 다리 좀 줄래?(라고 했던가 암튼 그런 뉘앙스의 말을 했다)"

친구에게 종아리 뒷부분의 중앙을 꾹꾹 눌러주면서 선생님도 그럴 때 있다며 이렇게 하면 다리가 금방 괜찮더라고 말해주었다. 야매 선생이 알려주는 치료법이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또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웃었다. 이상하게 나도 따라 웃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순전히 기분탓일 수도 있지만...;;

수업과 보강수업에 관한 상담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거울 속에 있는 내가 나를 바라 보고 있다. 겁나 초췌하게 보였다. 보였지만 거울 볼 여유도 잠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아파트를 나와 또 눈길을 걸었다. 찢어진 치마 사이로 아직은 차가운 겨울 바람이 들어왔다. 그렇지만 전혀 춥지 않았다. 까만 겨울 밤 하늘에 자잘자잘 박혀있는 별빛들이 따뜻하게 보였다. 날이 추워서 감각기관이 이상해졌나보다.

 

 

 

 

 

 

 

 

 

 

 

 

 

 

201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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