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월의 마지막 월요일.
벌써 14년의 허리께나 와있다.
뽑아낼 사진들을 고르고
밀린 빨래 뭉텅이를 마구 둘러걸치고
지하 세탁실로 갔다.
어두운 세탁실은 늘 축축하고 고요했다.
어디 구석 모퉁이에서 바퀴벌레가 나를 지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괜시리 섬뜩해진 나는 빨래를 넣고 세탁실 계단을 올라왔다.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달력을 본다.
이번 달은 쉴틈 없이 살았다고 생각하며
그런데도 내게 남은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에 허탈해하고 있다.
나름 착실하게 살았다고 자부한다.
대학생 때는 일주일에 아르바이트를 과하게는 세 개씩 뛰며
기숙사비, 월세, 식비, 생활비를 벌어 썼다.
그러다 어느 해 가을이었나 가족 병원비가 급하게 필요하대서
저금해 둔 모든 돈을 주고 나니 내겐 남은 게 없었다.
어린 시절 꿈도 접고 현실과 타협하여 학과를 들어왔지만
말 그대로 이력서에 한 줄 넣을 지방국립대 수준이었고
뭐 그랬다.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겨울에 취업을 했으나
회사 사람들과 회사의 운영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사람을 소모품처럼 대하며 서로의 이익을 챙기기에만 급급해보였다.
거기다 몇몇 여자들은 선거일에 투표하지 않은 걸 자랑인양 웃으며 말하면서
헤어스타일을 바꿨네, 이 가방은 얼마네, 새로나온 마스카라가 좋으네라며,
이번에 카드값이 얼마네라며
영양가 없는 말들만 몇 시간을 하고 다녔다.
속되게 말하자면 골빈 여자들이랄까.
그냥 여기 있으면 나도 그런 여자가 될 것 같아 무서웠다.
거기서 딱 1년 2개월을 버텼다.
나이가 먹을수록 꿈은 작아져 갈 뿐이고
내가 무엇을 잘할수 있는지 조차 잊어 가고 있는 듯하다.
난 과연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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