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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Secret22

폭풍의 언덕에서 2006/01/17 20:36 검은 악마처럼 몰려오는 구름, 살갗에 박히는 차가운 빗물이 나의 두뺨에 흘렀네. 바람은 나의 검은 머리카락을 내 목에 겨누고 섰었지. 달아나고 싶지만 그 자리에 우뚝 서 버린 나의 두 다리가 핏물에 얼룩 져 있다. 저기 피어 있는 새하얀 백합 송이. 너 마저 붉게 변하였느냐? 비명을 지르려 검게 뚫린 입 그러나 그럴 수 없다. 따가운 목안은 천년이 묵은 거미줄이 쳐진 곳. 말할 수 없어라. 말할 수 없어라. 나의 그 이가 오기 전 까지는. 2015. 8. 18.
한 밤의 추억 2006/01/17 20:34 그대 하얀 옷깃에 남겨둔 아련한 입술의 추억 별을 담은 눈동자는 내게 와 속삭이며 투명한 손 끝으로 내 젖은 입술 어루만지고 파르르 떨리던 속눈썹 검은 속눈썹 그리고 낮은 숨결 그리고 달콤한 입술 2015. 8. 18.
환상의 날개 2007/12/05 14:35 환상의 날개 -이상의 '날개'를읽고- 야릇한 화장품 향기가 아달린이 나를 잠재우는데 아내의 그림자는 닫혀진 문 속에 내 하루는 언제나 고목에 붙어 살아가는,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는 담쟁이 덩굴 이파리 하나 그러나 날개여! 내 겨드랑이여린 살을 뚫고 푸른 자유를 한번만이라도 내게 허락해주시게 2015. 8. 18.
처음이란 베일을 걷고 2006/01/17 20:33 푸른 밤 구름 그림자가 달의 허리를 감쌀 때 추풍秋風은 당신의 심장 소리를 나의 귓가에 들려 주었습니다 처음의 두근거림과 설레임으로 두려움의 베일을 걷고 그렇게 사랑은 살며시 다가 옵니다 2015. 8. 18.
It never rains but it pours.txt It never rains but it pours. 오늘 같은 날이 참 그렇다. 참고 참았던 통증 때문에 다녀온 병원에서 들은 이야기와 가족 구성원 간의 불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의 죽음. 왜 모든 안 좋은 일들은 한 번에 일어나는 것일까. -병원에 다녀온 이야기 사실 내일과 모레도 일 나가야 하는데 병원에서 치료 받는 중에 근무 취소 전화를 했다. 돈도 돈이지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갔다.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싶었다. 아니면 죽음으로 한발짝 내딛기 때문일지도. 여기까진 그렇다고 쳤다. 잃은 것 보다 아직 까진 가진 게 많다고 느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치료 잘 받고 관리하면 되는거니까. 너무 심각하게 받아 들이진 않도록 했다. 그러다 저녁 쯤. 까만 .. 2015. 8. 18.
사라진 기억.txt 지난 주말 고향에 내려갔다가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예정에 없었던 만남이라 우리는 아주 오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안부 인사 부터 직장 생활 이야기, 연애 이야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그런데 이상한 게 이 아이는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 만나도 막상 만나면 어제 만났다가 오늘 만난 듯한 느낌이다. 학교 다닐 때는 내가 이 친구를 많이 동경해와서 흔한 친구와의 우정과는 무언가 다른 그것이 있었는데 이 친구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암튼 우리는 그 날 만났다. 1시에 보기로 했는데 조금 늦는다며 근처 올리브영에 가있어라고 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있었다. 음...딱히 필요한 물건도 눈에 가는 물건도 없었기에 어색하게 통로를 기웃기웃하다 점원과 눈이 마주쳤다. 괜시리 뻘쭘해서 눈웃음을 지으.. 2015. 8. 18.
목욕탕에서 만난 여자 아이.txt 지난 일요일, 대중목욕탕에서 만난 여자 아이 이야기. 탕에 몸을 반쯤 담그고 앉아 있었는데 한 여자 아이가 다가왔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내 목덜미에 무게가 느껴졌다. 여자 아이가 다가와서는 내 목덜미를 만졌다. 내심 놀랐지만 한편으론 담담한 척 웃으며 그 아이에게 물었다. "왜 그러니?" 그랬더니 아이가 말했다. "머리카락" 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목덜미에 붙어 있었나 보다. 아이가 나를 보고 웃길래 나는 괜히 겸연쩍어서 심심하냐고 물어 봤다.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몇살이냐고 물었더니 작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손가락 여섯개를 폈다. "여섯살?" 이냐고 물었더니 여자아이는 아무 말 없이 씨익 웃었다. 살짝 들어가는 보조개가 참 예뻤다. 난 뜬금없이 발로 물장구를 .. 2015. 8. 18.
이팝나무 꽃 피던 밤.txt 어쩌다보니 술을 마셔 취기가 오르던 밤. 소주를 마시면 이상하게 혀에서 토마토향이 비릿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도 그런 밤이었을 것이다. 숨을 내쉬면 입김처럼 피어오르던 소주 냄새. 비틀비틀 아스팔트 위를 걸었다. 그녀는 앞서 걷고 그는 그녀 뒤에 두발짝 물러서 걸었다. 5월의 봄바람이 둘을 스치고 지나갔다. 주황색 가로등 불빛 아래에 하얗게 핀 이팝나무 꽃들이 낭창낭창하게 흔들거렸다. 술기운도 봄기운도 바람을 타고 짙어졌다. 2015. 8. 18.
부러진 안경.txt 1. 그냥그냥 지루하게 흘러가던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의 1학기 혹은 2학기의 이야기. 그 날도 여느 때와 별다른게 없었던 하루였다. 수업을 마치고 미술실 청소를 하고 방과 후의 동아리 모임. 아이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로 들떠 있었고 그 여학생은 그런 아이들을 지켜 볼 뿐이었다. 그러다 교실 문이 열렸다. 한 남학생이 회의 시간에 늦었는지 서둘러 와서 빈자리에 앉았다. 남학생은 먼저 온 친구들에게 부러진 안경 이야기를 했다. 그의 친구들은 왜 그랬냐며 시끌벅쩍했다. 그 때, 조용히 앉아있던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말했다. "내가 안 쓰는 안경 줄까? 필요하면 말해." 그러자 그 남학생이 끄덕이며 말했다. "네, 선배." 잠시 여학생은 머뭇거리더니 다시 남학생에게 물었다. "테가 핑크색인데 괜찮아?" 그 말을 .. 2015.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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