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Gaminmint's HOME
About Me/Secret

사라진 기억.txt

by 感inmint 2015. 8. 18.
반응형

지난 주말 고향에 내려갔다가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예정에 없었던 만남이라 우리는 아주 오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안부 인사 부터 직장 생활 이야기, 연애 이야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그런데 이상한 게 이 아이는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 만나도

막상 만나면 어제 만났다가 오늘 만난 듯한 느낌이다.


학교 다닐 때는 내가 이 친구를 많이 동경해와서 

흔한 친구와의 우정과는 무언가 다른 그것이 있었는데

이 친구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암튼 우리는 그 날 만났다.

1시에 보기로 했는데 조금 늦는다며 

근처 올리브영에 가있어라고 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있었다.


음...딱히 필요한 물건도 눈에 가는 물건도 없었기에

어색하게 통로를 기웃기웃하다 점원과 눈이 마주쳤다.

괜시리 뻘쭘해서 눈웃음을 지으며 가게를 나오려는데 그녀를 만났다.


우린 어디로 갈까 고민을 했다.

그녀가 다이어트 아닌 다이어트를 한다는 소식에 

애써 고칼로리 음식들은 선택지에서 제외시켰다.


결론 끝에 가게 된 곳은

중국산 꽃매미 만큼이나 바퀴벌레 만큼이나 

많다던 카페베네.


그녀는 카페베네에서 오레오빙수를 추천해주었다.

메뉴판을 보니 쿠키앤크림 빙수였던가?

뭐 그런 식이라서 난 

"쿠앤크 빙수 하나 주세요." 라고 말했다.


이름을 어떻게 부르던간에 주문은 제대로 되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땀을 식히기 위해 에어컨 근처의 테이블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주문 된 빙수를 폭풍흡입하였다.

달지만 맛있기는 했다.

나이가 드니 입맛도 변하는 모양이라 생각했다.


카페에서 몇시간 수다를 떨었나?


꽤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해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그 다음 간 곳은 봉대박.

봉대박 스파게티.

풀네임은 '선영이가 가르쳐준 봉골레 스파게티 대박 날까요?'(라는데 이름이 뭐이리 길어- _-;?)


암튼 거기로 가서 못다한 얘기를 실타래에서 실 풀어 내듯 풀어내다가

마쉬멜로를 구워 먹으면서 칼로리 섭취량 얘기를 했다.

그러다가 크림파스타와 불고기 파스타 주문.

어차피 피와 살이 될 거 까짓 것.

맛있는 걸로 먹는 게 남는 장사.


스파게티를 흡입하며 끊어진 면발처럼 잠시 끊어졌던 얘기들을 다시 이어 가고 있었다.


같이 활동했었던 동아리 이야기, 

같이 좋아했던 국어 선생님 이야기,

같은 반 담임 선생님 이야기,

같이 갔었던 수학여행 이야기.


모든 것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런 얘기를 하며 추억에 잠겨 있는데 

그녀가 다른 질문을 해왔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일어났던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기억하냐고.


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나 내가 들어도 모르는 이야기들 뿐이었다.


그녀는 날 보고 놀랐다.

어떻게 그 일들을 모를 수가 있냐며.


뭔가 나만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듯한 기분이었다.

내 고등학교 시절을 3인칭 관찰자가 들려주는 시점.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다.


얘기가 끝나갈 무렵에 내린 결론이

난 그 시절에 참 무심한 사람이었구나 싶기도.




















반응형

'About Me > Secre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음이란 베일을 걷고  (0) 2015.08.18
It never rains but it pours.txt  (19) 2015.08.18
목욕탕에서 만난 여자 아이.txt  (0) 2015.08.18
이팝나무 꽃 피던 밤.txt  (0) 2015.08.18
부러진 안경.txt  (0) 201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