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성격이 미용에 딱히 관심이 없어서 화장을 하는 둥 마는 둥이랄까...
그러니 제모에도 사실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올 여름에 왁싱 첫경험!
몇 마디를 더 보태자면 어느 날, 왁싱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지원하였는데 덥썩 된 것이라고나고나
일단 내가 사는 곳과 거리상으로 멀어서 최대한 한가한 날을 잡아 목적지로 갔다.
룸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데 막 온갖 상상이 다 되는 거...
유튜브에서 왁싱 영상을 보면 잘생긴 외국 남자가 왓 더!!!!!! Fuck!!!!!!!!!!!!!!!!!!!!!!!!!!!!!!!!!!!!!!!!!!!!!!!이라고 하던데...
나도 왁싱 받으면서 막 고래고래 고함 지르고 막 쌍자음 육두문자로 프리스타일 랩을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됐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데 그 순간 원장님이 다가오셔서 내 머릿속의 화면들은 강제종료.
원장님께서 분홍색의 고무줄 치마(?) 같은 걸 주시며 옷을 벗고 몸을 가리라 하셨다.
그래서 우선 옷을 벗고 머리만 나오게 하고 어깨에서 아래까지 덮히도록 가렸다.
그 모습을 보신 원장님이 웃으시며 고무줄을 가슴선까지 내리라고...'-'*
그러니까 튜브탑으로 입으라는거였는데
내가 미용실에서 머리 자를 때 두르는 천 처럼 얼굴만 빼꼼 나온 상태로 앉아있었던 거였던거였던것이었다.
하...부끄...
일단 말씀대로 하고 침대에 누웠음.
원장님께서 가열한 초록색 왁싱제를 스틱으로 내 팔에다 발라주셨는데.
아...뜨거운데 견딜만했던 온도.
생각 보다 기분 좋아서 느낌이 묘했다.
왁싱제가 굳자 스틱으로 살살 펴서 쫘악 뜯는데
코팩 했을 때 느낌과 같아서 다음 관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역시 그 관문이 문제였던 것이다.
사실 그 문으로 들어선다는 것은 자의가 아니었다.
원장님의 제안으로...음...제안이라고 하기엔 무거운 제안?
원래는 할 생각이 없었으므로 팔만 받고 가려했음.
하지만 팔랑팔랑한 귀를 가진 나는 몇 분 만에 설득 당하고 말았다.
이 놈의 팔랑귀...
튜브탑 같은 원피스를 허리 위로 올리고 누워라고 하셨다.
아...진짜 그 때를 생각하면...
친구들이랑 샤워하는 것도 부끄러워 하는 내가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반라를 보여준다는 게 참 충격스러웠다.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했음 :) 응?
침대에 누워있는데 침대는 차갑고 몸은 뜨겁고 그 위로 공기 그 위로 원장 선생님의 얼굴.
진짜 지금 다시 생각하니 이불킥할 일이네...
암튼 원장님은 직업이라 그런지 아주 사무적이셨다.
이번에도 왁싱제를 바르심.
그런데 피부가 여린 곳이라 그런지 엄청 뜨거웠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름...
원장님께서 입으로 후- 불어주셨다.
그리고 내가 다시 괜찮다고 말했을 때.
쫘악-
하는 순간!
진짜 와...눈물이 날 뻔 했지만 이런걸로 눈물 보이면 쪽 팔리니까 참았다.
원장님이 놀라서 괜찮냐고 물어보시길래
억지로 웃으며 괜찮다고 함...
아무튼 이런 작업을 반복반복.
시간상으로 30~40분 정도 걸렸으나
체감상으로는 3~4시간 같았다.
왁싱 완료 후의 모습을 보니 뭔가 엄청 낯설었다.
'아. 그런데 어차피 비키니 입을 일도 없는데' 라는 생각이 번개 같이 스쳐지나가자
급우울.
그래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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