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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결핍증.txt

by 感inmint 2015.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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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친절한,

 걱정이 없을 것 같은,

 언제나 밝아 보이는,

 조금 우스꽝스러운,

 때론 백치미가 있는'



언제부터인가 '나'의 이미지가 이런 식으로 굳어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이면 그게 정말 '나'일까?

라고 자문하게 된다.


컴플렉스.

지독한.

청소년기.

어두운.

13살의 가을 쯤 부터 19살의 겨울 까지. 


사계절은 봄 부터 시작하지만 

내 인생은 겨울 부터 시작했다.


어두운 겨울 속에서 보이지 않는 봄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봄을 찾아 헤메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어떨 땐 얼음판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고

또 어떨 땐 나뭇가지에 걸려 생채기를 남기고

그리고 또 어떨 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어느 덧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었을 때,

아무런 빛 조차 보이지 않았을 때,

내게 먼저 꽃을 건네어 준 아이.


정말 고마웠다.

먼저 다가와주어서.


하지만 난 얼마 지나지 않아 꽃 대신 슬픈 선물을 건네 주었다.


한 동안 그 아이는 힘들어했겠지만 지금 쯤 잘 견뎌냈겠지.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가 싶더니 

다른 아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손을 건네 주었다.


그 중 나는 한 사람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을 보내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렀다.

계속 계속.


기계적인 시계의 초침 처럼

그렇게


소울리스.


스피커가 고장 난 라디오.

배경음악이 없는 뮤직 비디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에 대한 생각만은 아니다.


나 자신에 대한 혹은 우리에 대한,

아니면 내가 살아가면서 스치는 모든 옷깃의 주인들에 대한.


우리는 진심을 다해 사랑하고 있는가.

그리고 진심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가.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난 아무도 사랑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내 발 밑에 있는 얼음판이 깨지고 내가 그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듯한 

아찔한 차가움.


이 시리도록 퍼런 애정결핍증은 어디서 부터 내 세포 속에서 퍼져 증식하는 것일까.


청소년기.

그 것 보단 더 올라가서 

유년기.


유년기 쯤일까.


아니다. 

음...


아니다.


실어증에 걸렸던 유아기 쯤일 것 같다.


솔직히 유아기 때의 기억은 하나도 없다.


이사하면서 잃어 버렸다고는 하지만 

누군가 고의로 버려버렸을지 모르는 가족사진첩에서 본 '나'를

겨우 기억하고 있는 정도.


아마도 그 때 부터였을거라 짐작해본다.


모두들 나를 좋아하지만 

모두가 한순간에 나를 버릴 것 같아 두려웠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날 어느 시에 

소리도 없이 현실로 다가 왔다.


송곳으로 파 내고 싶던 현실.

하지만 송곳으로 파내지 못했기에 

이 애증의 애정결핍증은 지금 까지 내게 고통을 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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