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1시 쯤 집에 들어와 자켓을 벗고 치마를 벗고 스타킹을 벗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부슬비에 종아리, 허벅지가 차디 찼다.
그대로 노트북 앞에 앉아 전원을 키고 하루 동안 못봤던 뉴스나 기사, 정보들을 접했다.
그러다가 잠시 잠깐 페북을 했는데 고3 학생이 청와대 게시판에 쓴 글이 페북페이지에 떠있는 것을 보았다.
[지금 대통령께서는 헌법을 위반하셨습니다.]라는 제목의 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목숨을 걸고 쓰는 글이라고 했다.
옳은 말을 하는 학생이 대견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행동하지 못하는 어른으로서의 자괴감 같은 것이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도 잠시 본문에 관련한 댓글을 보다 보니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느낌이 마구마구 들었다.
댓글은 흔히들 말하는 '악플'이었는데 글 쓴 학생에게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중2병자,
그런 글 쓸 시간에 대학 갈 준비나 더 해라는 식, 종북좌빨이니 뭐니 선동질이나 하고 앉았다며
팩트를 가져오라는 식으로 비아냥 거리는 글들이었다.
선동, 팩트 운운하는 걸로 봐선 딱 사이즈 나오는 부류들이다.
보나마나 일간베스트 회원들, 줄여서 일베인.
자신의 정치적 주관이나 신념 없이 그저 관심이 고픈 인간들 끼리
고인능욕과 패드립을 서슴 없이 하며 희희덕 거리는...
그 곳에서 똑같은 인간들끼리 희희덕거리니
쓰레기 중에서도 분리수거 되지 않는 쓰레기로 남아 쓰레기통에 안주하는...
선동? 팩트? 그게 뭔데?
그건 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단어들이지.
그 들은 그 단어가 없으면 아무런 대화가 안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몇자 적었다.
글쓴이가 이상하다고 욕하는 사람들이 제 눈에는 더 이상하게 보인다고.
이게 질풍노도의 시기 때문에 오는 중2병이냐고.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게 맞다고.
물론 이번 일이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일으킨 건 아니지만
하지만 사고 당시 초기 대응이 빨랐더라면 이런 참사가 있었을까?
적어도 지금 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을거라고
그 와중에 교육감 후보라는 사람은 폭탄주나 말아 드시고
도지사라는 사람은 감성팔이 시나 쓰고 계시고
국회의원들은 현장 방문해서 인증샷이나 찍고들 계시고.
대통령은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있다고.
아무리 남일이라지만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이 따위로 행실들을 하겠냐며
분명 이 사건에 대해 내 일 아니라고 신경 끄고 계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근데 생각을 조금 바꿔보라고.
본인이 이 사고의 희생자였어도 그들은 놀고 마시며 구색만 갖춰 애도를 표하고
자신들의 지지율이 내려가나 마나에만 전전긍긍 했을거라고.
이런 현실이 많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드는거라고.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고.
이렇게 적었지만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답답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혐오스럽기도 하고 그런...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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