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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Secret

부러진 안경.txt

by 感inmint 2015.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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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냥그냥 지루하게 흘러가던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의 1학기 혹은 2학기의 이야기.

그 날도 여느 때와 별다른게 없었던 하루였다.


수업을 마치고 미술실 청소를 하고 방과 후의 동아리 모임.


아이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로 들떠 있었고 그 여학생은 그런 아이들을 지켜 볼 뿐이었다.

그러다 교실 문이 열렸다. 

한 남학생이 회의 시간에 늦었는지 서둘러 와서 빈자리에 앉았다.

남학생은 먼저 온 친구들에게 부러진 안경 이야기를 했다.

그의 친구들은 왜 그랬냐며 시끌벅쩍했다.


그 때, 조용히 앉아있던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말했다.

"내가 안 쓰는 안경 줄까? 필요하면 말해."


그러자 그 남학생이 끄덕이며 말했다.

"네, 선배."


잠시 여학생은 머뭇거리더니 다시 남학생에게 물었다.

"테가 핑크색인데 괜찮아?"


그 말을 들은 남학생은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말했다.

"네, 좋아요."



2. 


어느 날, 남학생은 고민이 있다며 여학생을 찾았다.

대학 진로 결정으로 많이 힘들다며 여학생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여학생은 '내 코가 석자'라고 생각하며 상담 요청을 거절할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별 볼일 없는 본인을 먼저 불러주니 고마웠었는지 그 말에 승낙을 내렸다.


몇 월 몇 일 무슨 요일, 영화관.

그 곳에서 만난 두 사람. 

여학생은 왜 이런 곳에서 보자고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리 속에는 후배의 대학 진로에 대해 어떤 조언을 해주어야할지 고민 중이었다.


하지만, 남학생은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영화를 보자고 했다.



3.


여학생의 졸업식.

모든 것을 끝내는 동시에 모든 것을 시작하는 역설적인 의미를 갖는 날.

그 날의 하늘은 시리도록 파랬다.


강당에서 졸업식이 끝나고 졸업생들은 숨겨두었던 밀가루를 꺼내 서로에게 던졌다.

여학생은 밀가루 폭탄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친구들이 막무가내로 한 테러에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여학생의 갈색머리에 하얀 밀가루들이 포슬포슬 내려 앉았다.

그 때, 예전의 그 남학생이 다가와 손에 든 물건을 여학생에게 전해주었다.


꽃다발과 

선물이 든 작은 종이 가방

그리고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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